진호은의 영역

차인환, 구준겸 ⋯ 정민재, 변정열, 사중경, 강재호, 박형도 그리고 진호은. 훗날 다른 영역까지 도전해서 엔터네이너가 되고 싶다던 그는 사실 이미 배우라는 직업으로 작품 안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었다. 때로는 좀비로, 때로는 학생으로, 때로는 매니저로 그리고 현재는 야구부와 오보에 연주자까지. 모든 캐릭터에 '진호은'을 투영시켰다는 것은, 이미 진호은의 영역이 된 것이 아닐까. 성실함과 열정이 만난 그의 영역 확장은 무한할 것이다.



MAGAZINE O 9월호의 주인공이에요. 다른 분들의 화보나 인터뷰도 보았나요?

진호은 다 봤어요. 가장 먼저 1월호로 동생 원빈이가 나와서 봤었고, 이후로도 나올 때마다 챙겨봤어요. 동료들이기도 하고, 회사 식구들인데요. 다들 잘 찍었더라구요, 원빈이가 절 언급해 줘서 좋았어요.


기획 단계부터 엄청난 참여와 열정을 보였다고 해요. 어떤 마음으로 제안했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요?

저는 늘 그래요.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전문가들이 모여서 진행하지만, 제가 참여하는 일이니까 더 욕심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자는 마음이에요. 결과물이 아쉬움이 덜 느껴졌으면 하는 마음에 매번 고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완성도가 높으면 같이 참여하는 분들 모두가 좋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요.

이번 매거진 오 컨셉으로 진행한 '젠더리스'는 평소에 화보나 패션 필름을 많이 찾아보는 편인데, 그중에서 최근에 꽂힌 컨셉 중 하나였어요. 다른 분들의 화보를 보면서 '나중에 내가 이런 것도 해봐도 재밌겠다.'라고 느끼는 컨셉들이 있는데, 이번 기회에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우연히 생일이 있는 달에 매거진 오를 찍는 첫 배우예요. 이번 생일에는 뭐 하며 보냈어요?

사실 생일에 특별한 일정을 보내지 않거든요. 집에 있고, 운동하고... 이번엔 감사하게도 처음으로 생일날 촬영을 했는데, 일하면서 동료분들이나 선배님들께 축하도 많이 받고 행복한 생일을 보낸 것 같아요. 이번 생일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어요. 의도치 않게 매거진 오 9월호의 모델이 될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다르기도 해요.


호은 배우에게 생일은 무슨 의미를 가지나요?

그냥 똑같은 하루하루인데.. 다만 제가 다른 이들의 생일을 대할 때는 특별하게 생각하지만, 저의 생일은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해요. 부모님에게 감사하다고 한 번 더 말하는 날일 뿐이에요.



작년에 무려 다섯 작품이나 공개되었어요. 아주 바쁜 작년을 보냈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을까요?

선배님들과 함께 했던 게 큰 의미로 남아있어요. 너무 이른 나이에 훌륭하신 선배님들을 만난 게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론 빨리 만나서 배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이 저에게는 배움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또 작품으로 만나서 같이 연기해 보고 싶어요. 많은 작품이 공개되었던 만큼, 저의 필모그래피가 한 개씩 채워지다 보니 기분이 좋았어요.


다섯 작품 모두 작품의 결도 다르고, 연기한 캐릭터들도 모두 달랐잖아요.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아요.

비슷한 결의 캐릭터들도 있겠지만,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지 다 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늘 도전이고, 늘 새로운 것을 느끼기도 하고, 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모든 작품과 캐릭터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표현해야 하고 그런 지점은 똑같은 것 같아요. 다양한 도전을 하다 보니 재미있었고, 다른 현장을 갈 때마다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늘어나는 기분이라 제 자신도 채워지는 느낌이라 알찼던 시간이었어요.


연기했던 다양한 캐릭터들의 특징들로 '사람 진호은'을 표현한다면요?

모든 캐릭터의 시작은 저로부터 된다고 생각해요. 각 캐릭터에 따라 저의 모습들이 다르게 흡수되어 있겠지만요. 그중에서도 꼽아 설명해 보자면, 작년 초까지 아버지를 대했던 모습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재호와 닮았어요. 무심하고 감정 표현, 애정 표현이 별로 없는. 무뚝뚝한 아들과 아버지의 사이였던 것 같아요. 집에서 저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친구와 있을 때는 <3인칭 복수>의 사중경의 느낌이 있어요. 친구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은 아니었구요.(웃음) 친구들과 어울리는 분위기를 표현한다면요. 그래도 가장 저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는 재호였어요.



물론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소중하겠지만, 지금까지 마음에 남아있는 유독 애틋한 작품과 캐릭터가 있을까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와 강재호 캐릭터가 가장 애틋하고 기억에 많이 남아요. 선배님들과 함께해서 더 기억에 남기도 하고,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했고, 그 시기에 그 인물이 저에게는 유독 애틋한 존재였거든요.  대본을 읽을 때도, 나중에 작품이 공개된 후에 볼 때도 많이 울기도 했고... 작품 상황이 너무 공감이 되고 이해가 돼서 기억에 남아요.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르고 다시 꺼내봐도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 함께한 것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을 것 같아요.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연기해 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혹은 비슷한 느낌이지만 새로 만난다거나.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장르를 다시 만나보고 싶어요. 휴먼 멜로 장르를 되게 좋아하는데, 앞으로도 계속 도전해 보고 싶어요. 저는 보는 이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게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처음으로 도전한 휴먼 멜로 장르에 대단하신 선배님 두 분과 함께하며 많이 배웠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점차 감정과 경험을 쌓은 이후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마지막 촬영 날부터 들었던 생각이었어요. 


새로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도 있나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장르도 해보고 싶어요. 액션에도 도전해서 멋지게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커요. 


작품이 아닌 새로운 영역에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도 있을까요?

예전부터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었어요. 최근에 유튜브 '피식대학'의 '피식쇼'를 봤는데 되게 멋있었어요. 그분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아티스트분들이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게 너무 멋있다고 느껴져서 저도 엔터테이너로서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은 당연하지만, 아직 저는 제 영역의 시작이라고 생각하기에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어요.



여러 작품에서 같은 소속사 배우들이나 절친으로 알려진 로몬 배우와도 함께했어요. 편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현장의 장점이 있을까요?

새로운 작품의 시작부터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하나의 작품을 함께 한다는 것은 같은 길을 걸어가는 거잖아요. 작품이나, 어떤 씬에 대해서 의논할 사람이 있다는 게 가장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선 대선배님들과 함께하는 작품이기에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김서형 선배님께서 어떤 인터뷰에서 '아들 역할의 호은이와 첫 만남부터 이상하게 편했다.'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더라고요. 첫 만남이 기억나나요?

서형 선배님을 대본 리딩 날 처음 뵀는데 설렜어요. 모든 사람이 그렇듯, 본인 분야에서 잘하시는, 멋진 분을 만날 기회가 되면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되잖아요. 이 작품을 촬영하는 내내 '이 만남이 얼마나 즐거울까?', '현장에서 새롭고 신기한 걸 얼마나 많이 느끼고 배울 수 있을까?'라는 감정으로 가득했어요. 같이 연기를 주고받을 수 있음에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선배님께서 많이 예뻐해 주셨어요. 가족 셋(어머니 김서형 선배님, 아버지 한석규 선배님, 아들 진호은)만 함께하는 촬영이 대부분이었어요. 많이 챙겨주시기도 하셨고, 정말 어머니처럼, 가족처럼 지냈던 것 같아요.



최근에도 새로운 작품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스포가 되지 않는 선에서 바쁜 나날에 대해 말해줄 수 있을까요?

현재 두 작품을 촬영하고 있고, 하나는 오케스트라를 다룬 작품 안에서 오보에 연주자를 맡고 있어요. 오보에 수업도 받고, 촬영도 열심히 임하고 있어요. 또 다른 작품은 미스터리 서스펜스 장르에서 고등학생 야구부 역할이에요. 야구 연습도 하고 촬영도 진행하고 있어요. 새로운 작품은 곧 올해 겨울에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열정 보이'라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사실 머리로는 생각해도 행동으로 실천되기까지 쉽지 않은 일인데, 호은 배우에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원천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전 되게 게으른 사람이에요. 집에선 매번 행하지 않아서 혼나거든요.(웃음)

근데 일을 할 때는 책임감이 동반되는 것이기 때문에, 하는 일에 있어서는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이 작품에 몰두하는 게 나의 책임감이라 생각하기에 더 노력하는 것 같아요.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도 하고요. 


최근 관심사가 있나요?

관찰이요. 다른 사람들을 계속 관찰해요. 콘텐츠를 통해서라든지, 직접 사람을 만났을 때라든지. 사람을 표현하는 직업을 갖고 있으니, 더욱 유심히 사람을 보게 돼요. 이 사람은 이럴 때 이렇게 행동하는구나, 저 사람은 저럴 때 저렇게 행동하는구나 생각해요. 최근에는 동료 배우분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봐요. 어떤 생각을 하시면서 지내는지,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시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시는지. 



꾸준히 갖고 있는 취미도 있나요?

운동이요. 원래는 집돌이라서 집에만 있는 편이었는데, 문득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위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삶의 밸런스가 맞춰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요즘은 제일 행복한 시간이 운동 끝나고 프로틴 음료를 마시면서 집에 걸어가는 시간이에요. 약 5분 정도의 순간을 위해 하루를 살아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웃음)


연기와 배우는 어떤 의미일까요?

제 삶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의 삶이 이 직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ON & OFF가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가고 있거든요. 저에게 배우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고, 지금도 걸어가고 있는 길이고, 앞으로도 걸어나갈 길이에요.


배우라는 직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생각, 신념이 있자면 무엇일까요?

배우는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느껴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배우에게 게으름이 가장 큰 적인 것 같아요.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 역할에 대해 연구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고, 맡은 역할을 책임지고 해내야 하니까요. 만약 맡은 역할에 대해 준비가 부족하게 되면, 작품과 다른 캐릭터까지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의 작품들에서 연기 이외의 부분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좀 많았어요. 양궁도 배웠고, 좀비 연습도 필요했고, 야구를 배운다거나, 악기를 다룬다거나. 그러다 보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과정이 많았어서 그때 더 많이 느꼈어요.


아우터의 1기 배우라고 들었어요. 아우터와 함께하던 첫 순간도 기억나나요?

추운 겨울이었어요. 방 안에서 대표님을 만났었어요. 제가 그때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울프컷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왔었어요. 당시 회사 벽도 흰색이었는데, 하얀 조명과 어우러진 추운 분위기가 기억에 남아요. 대표님께서 농담으로 꽁지머리를 자르지 않는다면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웃음) 그게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아우터 공식 유튜브를 보면 대표님과 함께하는 영상을 많이 확인할 수 있어요. 대표님은 호은 배우에게 어떤 존재일까요?

두 번째 아버지이자 저의 멘토요. 아프지 않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오래오래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곁에서 오래 함께하고 싶어요.



데뷔 시절과 지금 달라진 점과 같은 점이 있다면요?

조금 더 여유가 생기면서 차분해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점점 여유를 느끼겠지만, 지금도 예전과 비교하자면 여유가 많아졌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어요. 같은 점은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늘 잘하려 하고, 잘하고 싶고.


배우 진호은과 사람 진호은의 10년 후를 상상해 보자면요?

배우로서는 지금의 제가 10년 뒤 진호은의 필모그래피를 봤을 때, '뿌듯하고, 멋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채워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때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즐겁게 연기를 하고 있었으면 좋겠고요. 사람으로서는 제 가족들을 책임질 수 있는 가장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 진호은, 사람 진호은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여유가 가득하고, 행복한.


어느덧 2023년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어요. 지나온 2023년이 만족스러웠나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고. 그리고 현재 촬영하고 있는 작품이 잘 되길 바랄 뿐이고,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올해에 했던 가장 뿌듯했던 일이 있을까요?

제가 어느 날 갑자기 부모님께 용돈을 드렸어요. 근데 어머니가 너무 좋아하시는 거예요. 너무 뿌듯했어요. 


남은 2023년의 목표가 있다면요?

순탄하고 무던하게 잘 마무리하는 거요.


 


진호은 Q&A

MBTI  INFP

취미  운동, 수다 떨기

가장 좋아하는 음식  감자튀김

가장 좋아하는 카페 메뉴  산미 있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평소 패션 스타일  캐주얼, 놈코어, 웨스턴, 젠더리스

MUST HAVE ITEM  ACC

인생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

인생 영화  이터널 선샤인

롤 모델  류준열 선배님

나에게 ‘배우’는  가장 순수하고 뜨겁게 사랑하는 나의 일

나에게 ‘아우터’는  같은 곳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존재




CREDIT

기획 아우터코리아

콘텐츠 디렉터 원욱

피처 에디터 김은솔

비주얼 디렉터 신래영, 윤지민

콘텐츠 마케터 김도영

매니지먼트 권예림

포토그래퍼 김민석

헤어 박은총

메이크업 이지혜 (위트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이지현

CI 김호 (tors)